AI가 만든 병원 콘텐츠, 누가 책임지는가
— 의료법의 새로운 물음
AI가 자동 생성한 콘텐츠가 의료광고법을 위반한다면, 그 책임은 원장인가, 대행사인가, AI 회사인가. 아직 답이 없는 세 갈래 길.
2026-06-20-012
이 글의 3줄 요약
- AI 자동 발행 콘텐츠의 의료법 위반 책임은 3갈래(원장·대행사·AI 서비스)이지만, 현재 실무는 원장 책임으로 굳어가고 있다.
- 원장이 "몰랐다"고 해도 처분됩니다. AI를 도구로 사용한 광고 주체이기 때문. AI 자동 발행은 확률적 시한폭탄이다.
- 원장이 취해야 할 4가지 원칙: 완전 자동 발행 금지 · 대행사 검증 시스템 확인 · 발행 이력 관리 · 정기 감사.
2025년 11월, 한 성형외과가 의료광고법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사건 자체는 흔한 사례였다. 홈페이지 블로그에 실린 문장이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는 것. 그런데 원장님이 조사관에게 이렇게 답했다. "저는 그 글을 안 썼습니다. AI가 자동으로 만든 겁니다." 이 답변이 조사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답이 없는 질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콘텐츠, 누가 책임지는가?
1. 세 갈래의 책임 소재
AI 자동 생성 콘텐츠의 의료법 위반 책임은 세 갈래로 나뉜다.
가능성 1 · 원장 (병원) 책임
가장 보수적인 해석이다. 병원 홈페이지에 실린 콘텐츠는 원장이 최종 책임진다. AI를 썼든 사람이 썼든 마찬가지다. 발행 결정은 원장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이 해석의 근거는 명확하다. 의료광고법은 광고 주체를 규제한다. AI는 광고 주체가 될 수 없다. AI를 도구로 사용한 원장이 광고 주체다.
가능성 2 · 대행사 책임
원장은 AI 시스템에 대해 알지 못했고, 마케팅 대행사가 AI 자동 발행 시스템을 병원 홈페이지에 연결한 경우. 이때는 대행사가 콘텐츠 제작 주체다.
의료법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 관점이 힘을 얻고 있다. 원장이 콘텐츠 하나하나를 검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동화 시스템의 책임은 시스템을 운영한 주체에게 있다는 것.
가능성 3 · AI 서비스 제공자 책임
가장 진보적인 해석이다. AI 모델(ChatGPT, Claude, Gemini)이 의료 콘텐츠를 필터링하지 않고 생성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관점. EU AI 법이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의료광고법은 아직 이 방향으로 확장되지 않았다. AI 서비스 제공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법은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시작됐다.
2. 현재 실무의 관례 — 원장 책임
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무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원장 책임으로 귀결된다.
최근 2년간의 행정처분 사례들을 보면 이렇다.
- AI 자동 발행 콘텐츠 위반 → 원장에게 행정처분
- 대행사는 과징금 대상은 되지만 처분의 주된 대상은 병원
- 병원이 "몰랐다"고 해도 관리 소홀로 처분
- AI 서비스 제공자는 책임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
즉 현재 실무는 "모든 병원 콘텐츠의 최종 책임은 원장"이라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AI를 썼든 사람을 썼든 마찬가지다.
3. 이 원칙이 만드는 세 가지 결과
결과 1 · AI 자동 발행의 위험성
"AI로 자동 발행하면 편하다"고 생각하는 원장이 많다. 그러나 편리함의 대가가 이 책임 원칙이다. AI가 만든 100편 중 1편이 위반이어도 원장이 처분받는다. AI 자동 발행은 확률적 시한폭탄이다.
결과 2 · 사전 검증의 필수화
원장이 콘텐츠 전부를 검토할 수 없다면, 발행 전 자동 검증 시스템이 필수다. 인사메디AI의 특허 KPN-26057이 정확히 이 문제를 다룬다. AI가 생성한 콘텐츠를 발행 전에 의료광고법 위반 여부를 자동 판별하는 시스템이다.
결과 3 · 대행사 선택의 새 기준
대행사 선택 시 원장이 물어야 할 새 질문이 생겼다. "발행 전 검증 시스템이 있습니까?" 이 질문에 확신 있는 답을 못 하는 대행사와는 계약하면 안 된다. 그 대행사의 실수가 곧 원장의 처분이 되기 때문이다.
4. AI 시대의 새로운 위험 유형
AI가 만드는 콘텐츠에는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와 다른 유형의 위험이 있다.
위험 1 · 무의식적 과장
AI는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려고 자주 과장 표현을 사용한다. "완벽한", "가장 좋은", "부작용 없는"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사람이 쓸 때는 의식적으로 걸러내지만, AI는 그렇지 못한다.
위험 2 · 참고 자료 오염
AI는 학습 데이터에서 문장을 조합한다. 학습 데이터에 위반 사례가 있으면 위반 표현을 재생산한다. AI가 참고한 원본 사이트가 이미 위반이었다면 그 문장이 새 콘텐츠에 그대로 나온다.
위험 3 · 규모의 문제
AI는 하루에 100편을 만들 수 있다. 사람이 만든 콘텐츠 100편 중 1편의 위반은 사람이 잡을 수 있지만, AI가 만든 100편 중 1편의 위반은 사람이 잡지 못한다. 규모 자체가 검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5. 원장님이 지금 취할 수 있는 태도
법이 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원장님이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보수적 원칙이다.
- 완전 자동 발행 금지 — AI가 만든 콘텐츠는 사람이 검수한 뒤 발행
- 대행사 검증 시스템 확인 — 계약 전 의료광고법 검증 프로세스 문서화 요청
- 발행 이력 관리 — 어떤 콘텐츠를 언제 누가 (사람/AI) 발행했는지 기록
- 정기 감사 — 6개월마다 발행 콘텐츠를 재검토
이 네 가지는 법이 무엇을 결정하든 안전한 원칙이다. 법이 원장 책임으로 결론 나도, AI 서비스 책임으로 결론 나도, 이 원칙을 지킨 병원은 문제가 없다.
법이 명확하지 않을 때 취해야 할 태도
AI가 만든 콘텐츠의 책임 소재는 아직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현재 실무는 원장 책임으로 흐르고 있다. 이 흐름이 5년 뒤 바뀔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원장이 취해야 할 태도는 사전 검증과 사람 검수의 원칙이다.
결론
AI가 만든 병원 콘텐츠의 책임 소재는 법적으로 아직 열린 질문이다. 그러나 실무는 이미 원장 책임으로 굳어가고 있다. 원장님이 몰랐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AI 시대의 마케팅은 편리함과 위험을 동시에 갖고 온다. 편리함만 취하고 위험은 외면하면 언젠가 처분이 온다. 사전 검증 · 사람 검수 · 대행사 검증 — 이 세 가지가 AI 시대 병원 마케팅의 새 상수다.